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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영화

감옥풍운(監獄風雲(Prison On Fire)) 1987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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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느와르 >

감옥풍운(監獄風雲(Prison On Fire)) 1987년작
감독: 임영동
출연: 주윤발, 양가휘, 장요양

과실치사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 모범청년 노가요(양가휘 분)는 수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같은 수감자인 아정(주윤발 분)은 노가요를 도와주고 여러가지로 챙겨줍니다. 그러나 둘은 교도소 내 파벌싸움과 악질 교도관의 억압과 폭력으로 인해 예기치못한 파국을 맞게 됩니다.

이번에는 감옥입니다.
임영동은 전작인 '용호풍운'에서 홍콩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범죄세계의 냉혹한 현실을 하드보일드 터치로 보여줬다면, 이 작품에서는 공간적 배경을 극단적으로 축소하여 그 안에 상처받기 쉬운 자와 정의로운 자, 그리고 잔인하고 비열한 자들을 한꺼번에 밀어넣어 생존과 존엄, 욕망의 복마전을 보여줍니다.

전작과 확연히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 중 하나가 캐릭터입니다. 경찰이나 범죄자나 도찐개찐이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착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착하다 못해 어리숙하기까지 한 노가요라는 인물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입니다. 소시민은 예기치않은 사고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소시민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그 대상을 억압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비단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지금 바로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자행되는 현실이기도 하여 씁쓸하게 보여집니다.

그리고 착한 주인공 곁에 이상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주윤발이 연기한 아정이라는 캐릭터는 오랜 수감생활에서 터득한 생활의 지혜(?)를 노가요에게 가르쳐줍니다. 이 아정이라는 캐릭터는 겉으로는 능청맞고 털털해보이지만 실은 정의를 갈구하는 사람입니다. 억압된 체제에 순응하는 듯 하면서도 어느 순간 거대한 반골기질을 표출하기도 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난해한 성격을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극중 아정은 폴 뉴먼의 '폭력탈옥'(Cool Hand Luke, 1967년작)에서의 루크나 잭 니콜슨의 열연이 돋보이는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One Few Over The Cuckoo's Nest, 1975년작)에서의 맥 머피와 비슷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임영동은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거리두기'를 적극 활용합니다. 공간이 축소된 관계로 카메라는 피사체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 있지만 '대부'에서 활용되어진 '등너머로 보여지는 시선'을 통해 관찰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찰자적인 시선은 관객에게 감정이입 대신 사건의 현장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함으로써 사건의 목격자로서 참여하도록 요구합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과 폭력은 더 정교해지고 무자비해졌으며 이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 역시 한층 차가워졌습니다. 결국, 명불허전이 되어버린 라스트 폭동씬에 이르면,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정신이 폭주하고 분열되어가는 심리적 동요의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전이되어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주윤발이 보여주는 연기는 가히 전설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영웅본색에서의 멋스러움과는 다른, 날 것 그대로의, 한편의 사이코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열연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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