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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장

설 선물의 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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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은 설 그림 즉 세화(歲畵)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세화는 연말연초라는 한정된 시기에 ‘벽사진경’이라는 목적에 의해 사용된 기능적인 그림이다. 세시의 벽사진경에 사용되는 그림은 ‘문배門排’와 ‘세화歲畵’ 두 용어로 불리어져 왔는데 일반적으로 별다른 구분 없이 경우에 따라 사용되어 왔으며, 문배에서 길상 등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세화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설날에는 대문에 갑옷을 입고 한 손에 도끼를 들고 서 있는 장군상將軍像을 그려 붙이며 이를 문배門排 라 불렀다. 일반적으로 문배는 한 해 동안의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지는 반면, 세화는 신년을 축하하는 의미로 서로 간에 선물로 주고받거나 집안을 장식한 그림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그림을 담당하는 관청인 도화서(圖畵署)에서 설이 되면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악귀를 쫓기 위해 부적 역할을 하는 그림을 그려 임금께 올렸다. 수성(壽星), 선녀(仙女), 직일신장(直日神將) 등 도교에서 액을 쫓는다는 신들을 그렸다. 임금은 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도화서에서 올린 세화를 신하들에게 내려주었다. 이 같은 관습을 본받아 민가에서도 정월 초하루가 되면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설 그림을 주고받았다. 이것이 설 선물의 기원이란 것이다.

 

 

명절 선물이 상품화한 건 1960년대 들어서다. 그전에는 친지나 이웃끼리 달걀 한 꾸러미나 키우던 닭, 돼지고기 한 덩이 등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눴다.

그나마 먹고살 만해진 1960년대에 들어 백화점들은 신문에 추석 선물 광고를 내고 카탈로그를 찍어 배포했다. 가장 인기 높은 선물은 설탕, 인공조미료(MSG), 밀가루 등 ‘3백(白) 식품’이었다. 1960년대 당시 선물로 큰 인기였던 설탕값은 6kg 짜리가 780원, 30kg짜리가 3천900원이었다고 합니다. 라면 1개에 10원했던데 비하면 설탕은 정말로 ‘고급’ 선물이었던 셈입니다. 

경제 산업화가 진행된 1970년대에는 먹거리 일색이던 명절 선물이 스타킹, 양산, 속옷, 치약, 비누 등으로 다변화했다.

1970년대에 설 선물 세트가 등장한다. 미용 비누, 그릇, 화장품, 스타킹, 와이셔츠, 커피 등 공산품이 각광받았다. 설탕이나 조미료는 대중적인 선물로 자리 잡았고 아이들에게는 여러 과자를 담은 ‘종합선물세트’가 인기였다. 군부대 위문 선물로도 해마다 80만~90만 세트씩 공급할 만큼 1등 선물이었다. 식품 중에서는 인스턴트커피 세트가 선풍적 인기.

본격적으로 경제가 급성장한 1980년대 이후에는 선물 종류가 더욱 늘어났다. 넥타이, 양말 등 잡화뿐만 아니라 곶감, 굴비, 정육 세트 등이 인기였다. 비누나 화장품 같은 생활용품도 여전히 인기가 좋았다. 백화점들은 앞다투어 설 선물을 내놓고 고객 유치 경쟁을 벌였다. 저마다 ‘고급 품질’을 내세우고 화려하게 포장했다.

참치 캔이 설 선물 인기 품목으로 떠오른 것도 이맘때이다. 1982년 11월 동원에서 ‘동원참치’ 캔을 출시했는데 지금은 인스턴트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당시엔 ‘고급’ 음식에 속했다. 지금 시세로 치면 한 캔에 7000원쯤. 1982년 12월 27일 자 매일경제신문은 “바다의 귀족으로 불리는 참치를 가공해서 만든 참치 통조림이 시중에 새로 선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에는 선물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백화점은 상류층을 노린 값비싼 고급 선물세트를, 대형할인점은 실속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IMF 위기가 닥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중저가 실속’을 강조한다. 세제·치약·비누 같은 생활용품과 꿀·인삼·갈비·과일 등이 인기였는데 주로 3만원 안팎에서 살 수 있고 10만원을 넘지 않는 품목이다.

1997년 1월 31일 경향신문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할인점과 슈퍼마켓은 백화점보다 상품 구색은 떨어지지만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값싼 제품들은 많이 공급한다. 비싸고 사치스러운 제품보다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선물 쪽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 1998년 1월 22일 조선일보에서도 '설맞이 IMF형 선물세트' 인기라는 기사를 볼 수 있다.

2000년대 명절 선물의 키워드는 ‘웰빙’이었다. 알코올 도수 높은 위스키보다는 건강에 좋다는 와인, 친환경 과일, 홍삼·수삼 등 건강식품이 이때부터 인기를 얻었다. 웰빙과 함께 ‘여유’ ‘여가’도 중시되면서 공연 관람권, 관광상품까지 명절 선물로 등장했다. 2000년대에도 실속형이 대세입니다. 백화점 상품권이 설 선물 대명사로 자리잡았는데 2003년 1월 17일 조선일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설을 맞아 지난 9~13일 60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받고 싶은 설 선물로 42.3%가 '상품권'을 꼽았다." 애써 선물했지만 상대방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품권이 무난하다’는 인식이 퍼진 거다.

과거에는 과일이면 과일, 참치면 참치만 팔았다면 품목을 묶어 파는 혼합세트가 각광받습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팔거나 굴비와 멸치를 같이 팝니다. 참치캔과 올리브유, 통조림 햄을 섞어 파는 혼합세트는 대중화됩니다.

2019년에는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위한 명절 세트가 나왔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른바 ‘팻펨(pet+family)족’이 늘었기 때문. 한 백화점의 반려동물용 참치캔 선물세트는 참치살에 닭가슴살·게맛살이 추가돼 맛과 영양이 더 풍성한데다, 항산화·면역기능강화 효과가 있다는 홍삼농축액까지 더했다. 또 다른 백화점에서 내놓은 반려동물용 건강 선물세트에는 유산균 제품이 포함됐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명절 선물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비대면’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고, 고향 부모님도 ‘오지 않아도 된다’고들 했다. 가족과 친지를 만나지 않고 집에서 나홀로 명절을 보내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선물이 쏟아져 나왔다. 냉장·냉동 가정간편식(HMR) 선물세트가 완판됐다. 대량으로 들어오는 선물을 ‘한우 4회, 과일 2회’식으로 나눠 받을 수 있는 ‘선물세트 정기구독권’을 백화점들이 선보였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독특하거나 차별화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같은 품목이어도 저마다 ‘다름’을 강조합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특별 제작’, ‘한정 판매’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운다.

올 설에는 값비싼 선물 세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향에 가서 친지와 모이지도 못하고, 해외여행도 나갈 수 없으니 선물에나 돈 쓰자는 보복 심리가 반영된 결과일까.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직장 동료나 친구에게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커피 한잔이나 조각 케이크 한개 가격 정도여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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